서화

율곡 이이의 어머니인 사임당 신씨師任堂申氏(1504~1551)가 쓴 것으로 전하는 간찰첩이다. 간찰 뒤로는 이 필적에 대한 발문이 달려있다. 간찰의 수신인은 집안의 손아랫사람이다. 간찰에는 담제(禫祭, 3년의 상기가 끝난 뒤 지내는 제사)에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한 내용을 비롯하여 관동팔경關東八景의 하나인 청간정(淸澗亭,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소재)에 가서 지내고 싶은데 종기가 나서 움직일 수 없는 처지임을 알린 내용, 집안의 혼사로 강릉에서 물건을 빌려온 일과 함께 혼사에 쓸 물건의 목록을 상세히 적은 물목物目을 보내 수하로 하여금 빠뜨리지 않고 구입하도록 한 내용, 문중의 여러인사들의 동정과 안부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묻고 주선한 내용이 실려있다. 이 간찰 뒤로는 소장자 월전 장우성張遇聖, 국문학자 연민 이가원李家源, 덕수 이씨 집안 후손 이종택李種澤이 2000년에 쓴 발문이 차례로 실려있다. 사임당 신씨가 직접 쓴 것으로 전하는 필적이 몇몇 소개되어왔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진적으로 밝혀진 예는 없다. 다만 그녀의 글씨로 전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단아하고 깔끔한 초서로 매우 간결한 필치를 보이 고 있다는 게 공통적인 특징이다. 이 서첩의 글씨는 16세기에 크게 유행했던 활달하고 자유분방한 초서의 특징이 비교적 많이 드러나고 있어 사임당 신씨가 구사했던 초서풍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앞으로 사임당 신씨 로 전하는 필적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