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

석봉 한호石峯 韓濩(1543~1605)가 임진왜란 당시 선조宣祖를 모시고 의주義州로 피난 갔을 때를 회상하며 지은 용만술회부龍灣述懷賦」를 쓴 서첩이다. 용만龍灣은 의주義州의 별칭이다. 용만술회부」는 승문원 교리였던 조팽년趙彭年(1549~1612)이 지은 것으로, 왜란 중의 참혹한 정경과 분개한

심정을 묘사한 글이다. 서첩 말미의 간기에 의해 1592년(선조 25) 11월 4일에 영동靈洞이 이 글을 짓고 석봉 한호가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영동은 조팽년을 가리키는 고을명 또는 별칭으로 추정된다. 용만술회부」는 조팽년의 문집 계음집溪陰集』권3에 동일한 내용이 실려 있다.

이 서첩은 표지를 제외하고 원래 8면으로 구성되어 있어야 하나 현재 제3면과 제5면 이 누락돼 모두 6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집에 수록되어 있는 시가詩歌 의 내용이 이 서첩에는 빠져있다.

한호는 사자관寫字官 출신으로 동진의 왕희지체王羲之體를 비롯한 고법에 복귀하여 특유의 서체를 이룬 조선 중기의 대표적 서예가이다. 그가 쓴 작은 해서 글씨는 기본적으로 황정경黃庭經』· 악의론樂毅論』 등 왕희지 소해小楷에 바탕을 두어 방정한 틀에 단정한 짜임을 이룬다. 이 서첩에서도 그런 특징이 잘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