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

<도원도桃源圖>는 심사정 산수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화면 전체에 걸쳐 뒤틀어질 듯 역동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의 큰 바위산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가운데에는 몇 개의 가옥이 있는 작은 마을이 보인다. 좌측으로는 강이 펼쳐져 있으며 배 한 척이 떠있는 모습이다. 이 그림은 중국 동진東晋의 시인 도연명陶淵明(365-427)의 「도화원기桃花源記」를 토대로 한 것이다. 「도화원기」는 한 어부가 배를 타고 가다가 길을 잃은 뒤 우연히 유토피아인 도원에 가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부는 그곳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은 뒤 세상으로 돌아왔고, 나중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다시 방문하고자 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화면 중앙의 마을이 바로 세상 밖의 유토피아인 도원桃源이다. 마을은 마치 동굴 안에 있는 듯 바위산으로 감싸여있는 모습인데, 이는 비밀스러운 도원의 속성을 강조하기 위하 표현이다. 가옥들 좌측 아래의 나무에는 흰 색의 점들이 듬성듬성 찍혀있는데 이는 복숭아꽃을 그린 것이다. 화면 좌측 하단의 배에는 낚시를 하고 있는 어부가 있는데 아마도 곧 도원에 가게 될 「도화원기」 속 어부의 모습을 그려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