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2022년 두 번째 상설전으로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의 화훼화花卉畵를 모아 전시를 선보인다. 월전은 사군자 이외에도 다양한 꽃과 식물을 즐겨 그렸는데, 그중 화사하고 요염한 모습의 장미는 가장 애정하는 꽃으로 반복적으로 제작되었다. 고고한 자태의 한 송이 장미를 그린 작품도 있고, 흐드러진 장미의 모습이나 꽃다발을 그리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모습의 장미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신선계의 화초인 수선이나 복숭아, 유자와 같은 열매, 그리고 서초瑞草라 불리는 영지나 서민을 대표하는 배추의 모습도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소재들을 통해 고상한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사군자화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미감을 찾아 볼 수 있으며, 함축과 여운의 조형미를 추구했던 월전 장우성의 시도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월전의 예술적 추구는 사군자화四君子畵에서 더욱 뚜렷하다. 월전은 1960년대 이후 사군자를 즐겨 그렸는데, 이 시기 한국화단의 사군자화는 전통의 계승과 현대적 변모 사이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답습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사군자화의 정신성은 점차 약화되고, 이를 배우려 하는 이들 조차 필법筆法을 익히기 위한 입문과정쯤으로 여기는 경향도 있었다. 이때 월전은 전통적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통해 문인화의 높은 경지에 도달 할 수 있었는데, 그 화목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군자였다. 그는 오창석吳昌碩의 화풍을 토대로 재해석 해보기도 하고, 화제畵題를 통해 자신의 심상心想을 드러내기도 하였으며, 달과 함께 그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름다운 꽃으로 자연을 동경하기도 하고, 배추라는 소재로 서민의 생활을 엿보기도 하였으며, 사군자를 재해석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 월전의 화훼화 32점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