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전 장우성의 백두산 천지도 초본과 1970-80년대 회화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한국화 작가인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1912-2005)에게1970-80년대는 그의 후기 작품세계를 심화시켜갔던 중요한 시기였다. 월전은 1950-60년대에 걸쳐 ‘우리 미술’의 구축과 확립을 위해 동아시아의 문인화文人畵 전통에서 탐구한 바 있다. 월전은 “전통을 되살리는 데 목표를 두고 새로운 시대사조를 수용”하고자 했으며, 서양미술의 사실성과 과거 문인화의 표현성을 아우르고자 했다. 1970-80년대는 바로 월전이 이러한 경향을 심화시킨 시기였다. 사실성에 기반하면서도 대상의 핵심만 포착한 묘사, 변화가 풍부한 선, 여백의 큰 효과 등이 더욱 도드라지게 되었다. 
  이 시기 월전은 특히 산수화와 화조화에 있어서 새로운 작품세계를 선보이기 시작한다. 산수화에서는 소나기, 무지개, 황혼, 달밤과 같은 일상적인 자연 현상의 변화와 그 속성을 수묵화 특유의 필치와 풍경화적 혹은 추상화적인 독특한 감각으로 해석했다. 또한 화조화에서는 현대 사회의 부패와 타락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풍자적 작품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전통정신의 장점과 시대성의 특징을 살리는 것”이 좋은 작품의 핵심이라고 보았던 월전의 태도가 반영된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전통시대 문인화의 정신을 현대적 감성에 맞게 변용했고 이를 통해 한국적인 모더니즘을 구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