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여행은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일상의 공간이 아닌 새로운 장소에서의 신선한 체험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예술가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창작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때로는 작품세계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실 여행이 보편화된 것은 아주 근래의 일이다. 20세기 이전에는 막대한 소요비용과 미비한 교통수단 등,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여행이라는 행위 자체에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러나 20세기, 특히 20세기 후반 이후 경제와 산업, 교통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여행이 쉬워지고, 대중화되었다. 특히 1989년 해외여행의 전면적 자유화로 세계로의 여행도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조선시대까지의 화가에게 결코 쉽지 않았던 여행이 오늘날 화가에게는 그 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 승용차에 화구畵具를 싣고 어디로든 갈 수 있게 되었다. 또 비행기를 타고 세계의 명소와 유적, 오지奧地로의 여행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금강산을 비롯한 한정된 몇몇 장소들을 여행하고 이를 그렸던 조선시대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시대가 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우리시대의 대표적 화가들이 여행에서의 시각적 경험과 감흥을 어떻게 작품으로 승화시켰는지를 살펴보려는 의도로 준비되었다. 국내외 곳곳의 아름다운 경치와 화가의 구상構想 그리고 독특한 표현방식이 하나 된 멋진 작품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오늘날의 실경산수화는 어떤 모습일까.